노전대통령 서거에 대한 음모론들 + 잡상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sortKey=depth&bbsId=D003&searchValue=&searchKey=&articleId=2615981&pageIndex=1



여기저기에서 음모론들이 날뛰고 있다.
혹자는 이런 상황에서 음모론을 들고 나오는 것조차 불경이라며, 이미 돌아가신 고인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음모론이 과연 고인을 욕되게 하는 걸까?


줄기세포 사건 때, 황교수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어느 과학 게시판에서 제시된 글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면서, 성과를 냈으면 그걸 감사하고 축하해주지 못할 망정 음모론 같은 걸 꺼내드냐고 반박했었다.

나도 그랬다.
저런 커다란 실험에 성공했는데, 그간 들였던 엄청난 노력을 치하하지는 못할 망정 그걸 고작 사진 조작 같은 걸로 깎아내리면 마음이 편하냐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음모론이 사실이었다.



아고라에서 미네르바가 이런 저런 일을 퍼뜨렸을 때, 각 금융기관으로 공문이 날라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걸 '음모론'으로 치부하면서 아무렴 설마 정부가 정말 그런 일을 벌였을까 했다.

나도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꾸며낸 이야기는 좀 아니지 않나 했었다.

그런데 음모론이 사실이었다.
공문은 아니지만 협조를 요구하는 전화를 했댄다. 그럼 그건 공문 아니고 뭔데? 결국 같은 내용인 거잖아?




그 이후로는 생각했다.
아무리 속는다고 할 지라도, 중요한 사건에 대해 음모론이 제기될 때에는, 적어도 그 말의 신빙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곱씹을 필요가 있지 않냐고.


물론 나도 음모론이 사실이 되는 건 싫다. 추잡한 모습이 겉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건 나같은 낭만/낙관주의자에겐 정말 못견딜 일이다.

하지만 만의 하나의 의심이 남아있다면... 그 의심을 그대로 두고 '분위기'를 위해 눈을 감는 건 더더욱 못할 짓이지 않나?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서, 수사는 너무 빈약하기 그지 없다. 소소한 법의학 지식이나 추리의 기본 논리 밖에 갖고 있지 못한 내가 보기에도 너무 이상한 부분이 많다.

그럼 음모론을 두고 '고인을 욕되게 한다'고 폄하할 게 아니라, 경찰이 정말로 철저하게 수사를 하도록 -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들어도 한 점의 의심이 없도록 수사 경과를 발표하도록 채근해야 되는 것 아닌가?


우리가 해야 될 것은 "우와 이 음모론 좀 봐봐! 이게 사실인가봐!" 라고 떠드는 것도 아니고
"음모론은 무슨 음모론! 자숙하지 못하고!" 라고 윽박지르는 것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의문점이 제기 되고 있다. 경찰과 정부는 확실하게 국민에게 떳떳한 자세한 수사 및 수사경과를 보고하라" 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난 음모론이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세상의 모든 비리는 음모론으로부터 밝혀졌기 때문이다.

음모론의 90%가 가짜이고, 거짓말이고, 흥미 위주로 쓰여진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 숨겨져있을 10%를 위해서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된다.

그래서 내가 속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적인 부정은 하지 않겠다.
경찰은, 국민이 납득할만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바란다. 그래서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자살의 증거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이기도 할 것이다.



p.s. 그리고 또 한가지. 음모론이 날뛴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우리의 분노가 분산된다고 해서, 그게 뭐 그리 큰 일인가?
어차피 "진짜 승부"는 3년 반 뒤에 나게 되어 있는데... 지금 음모론이 날뛴다고 해서 그 때 보여줄 결심의 방향이 흔들린다면, 어차피 그 중간에 어떤 일로도 그 결심은 흔들리게 되어 있다. 나쁜 건 음모론이 아니다. 음모론을 - 그것도 신빙성이 높아 보이는 - 잉태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정부와 경찰이지.


p.s. 2. 정부와 경찰이 음모론을 뿌리는 행태를 취하고 있다면서, 그것에 휘둘리는게 정부와 경찰이 바라는 대로 될 거라고, 음모론을 믿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거 알고 있을지? 현재 그에 관해 확실하게 밝혀진 건 전혀 없는데 추측만으로 말하는 건,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음모론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다. 타살이라는 것이 음모론이라면, 음모론을 뿌려서 누군가가 선동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음모론이다. 즉, 음모론을 믿지 말라면서 또 다른 음모론을 들이대고 있는 거다. -.-;;;


p.s.3. 나는 적어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에 '납득이 가는 설명'을 듣고 싶다. 타살이 아니고 자살이라고 밝혀지는 게 백배 낫다고 생각하면서도(비록 그렇다고 해도 사법살인인건 변함이 없겠지만), 만약의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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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09/05/27 13:05 # 답글

    처음부터 그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그 유일한 목격자라고 자처했던
    그 경호원을 별로 취재 하지 않았던것이 이상하기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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