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마초다 + 잡상

링크 : 비혼권장
링크 : 결혼할 분들
링크 : 남자니까...라는 말의 올바른 용례


이런 종류의 글은 별 생각없이(?) 넘기는 편이라서, 아 그렇구나, 맞아 맞아, 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갔지만 의외로 이슈가 되는 듯 하네요? 근데 저 '결혼할 분들'이라는 글은 참으로 실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는 글이군요.


참고로 저는 여성우월주의입니다. (ㅋㅋㅋ)

남성우월주의자와 여성우월주의자가 결혼하면 열라게 싸워대고 커플이라곤 절대 될 수 없을 듯 합니다만...
저희는 아주 잘 지냅니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갖고 있거든요.

어쨌거나 육체노동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면에는 둘다 전면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한 육체노동에는 집안일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집안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둘 다 남자가 단세포이고 여자가 복잡무쌍하다는 데에도 전면적으로 동의합니다.
둘 다, 우리는 출신 행성이 다르다는 데에 전면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항상 상대편 행성의 말을 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해서라기보다, 상대편 행성의 말로 하지 않으면 알아쳐먹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ㅎㅎㅎ) 시키는 사람이 목마른 사람이니까, 당연히 일이 성사되게 하려면 상대편 행성의 말로 해줘야죠. 왜 공통어가 없는지가 항상 좀 불만이라서, 둘이서 합의하에 지구언어를 만들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시키지 않는 편입니다만, 무언가에 집중해 있을 때는 놀고 있는 사람을 처절하게 시켜먹습니다.
(예를 들어 OR을 하고 있다던가...) 그것도 일단은 합의하에 벌어지는 일이죠. 바쁜 사람이 한가한 사람을 시킨다는 것. (간혹 둘 다 바쁠 경우에는 싸움거리가 되기도 합니다만)

남편은 뜨거운 커피는 꼭 저에게 타달라고 합니다만, 전 아이스 커피는 반드시 남편에게 타달라고 합니다.
남편은 웬만한 요리는 저보고 해달라고 합니다만, 전 라면은 반드시 남편에게 끓여달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해야 하니까, 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걸 잘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누가 어떤 주의다라거나 남녀차별이 어떻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을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도 분명히 말하건대,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상대방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상대가 어른이던 아이던, 여자던 남자던) 그건 분명히 자기 잘못이고, 자기가 무례한 겁니다.

예를 들자면, 젊은 여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남자 상사의 경우가 그것이죠. 여태까지 회사를 다니며 상관이 저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 경우는 딱 두 번인가가 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때였고, 그래서 아무런 이의없이 따랐습니다. 그건 둘 사이에 커피 심부름이라는 행위를 해야 하는 정당한 목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인 겁니다.

'나는 남자다'라던가 '나는 여자다'라는 것을 주장하기 이전에, '나는 인간으로서 기본 예의를 갖추고 있다'가 선행된다면, 그 사람이 무슨 주의를 가진 사람이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꼴페미가 꼴페미라고 불리고, 떡마초가 떡마초라 불리는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겠죠. 페미니스트라서, 마초라서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우생종을 주장하는 나치스의 주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상대방에 대해 (크게는 사회에 대해) 예의와 배려를 지키고 기본 예의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뭐가 문제겠습니까? 그냥 희한한 사람이라는 취급으로 끝나겠지요. ("그 사람, 사람은 참 좋은데 머리가 좀..." 이라던가 "취향이 좀..." 으로 끝나겠죠.)

중요한 건 그 사람에게 붙는 꼬리표(남자, 여자라는)나 그 사람을 치장하는 주의가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고 사느냐의 문제겠지요.

자신과 사귀는 사람이 무언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남자'라서가 아닙니다.
그는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남자'니까 당연하다거나, '애인'이니까 고쳐질 거라거나, '남편'이니까 포기하고 살지 마세요. 꼬리표 따윈 아무 상관 없는 겁니다.

만약 상대방의 '남자'가 좋아서 그와 사귀고 있다면 그는 당연히 '남자'로서 행동할 겁니다. 당신이 나중에 '남자'에게 당할 일을 당한다면 그건 자업자득입니다.
저보고 말하라면 상대방의 '인간'을 보고 사귀겠습니다. BL에서 잘 나오는 소리같긴 하지만, 상대방의 성별이 설사 정반대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 사람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은 결혼하고 나서도 '인간'으로서 행동할 것이고 계속해서 '인간'으로 살아갈 테니까요. (이거 원 커피프린스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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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세이레이 2007/11/02 22:52 # 답글

    정말 통쾌한 글이군요 ^ㅁ^
    남자라서 사귄게 아니라 그 사람이니까 (게다가 덤으로 남자이기까지 ㅋㅋ) 사귄거죠
    멋진 화성분과 행복하게 사시길...
  • 전설의실버팽 2007/11/02 23:24 # 답글

    안경 하나 바꾸면 세상이 살기 편하다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어서 플루토님같은 '삼월이'를 찾아야...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07/11/03 00:01 # 답글

    무슨일이있었군요...^^;
  • 소울오브로드 2007/11/03 00:29 # 답글

    집안 일 힘들죠 -_-y-~ 막노동중에서도 이런 막노동이 없음 집안일이 어렵지 않다는 사람은 김장때 배추 한번 날라보지 않은 사람입니다.(저희집은 70포기 정도 담는데 힘쓸 사람이 저밖에 없다는...OTL 아 김장철이 다가오는데 좀 막막)
  • 정숙조신 2007/11/03 02:05 # 답글

    머리가 좀.......... 취향이 좀.................
  • LORAIN 2007/11/05 13:15 # 답글

    정말 좋은 글이에요. ^^
  • 브릴리언트 2007/11/05 15:03 # 답글

    슬슬 집에서 결혼압박이 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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